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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엄마의 기억

엄마의 기억 - 9 — 시간이 약이 될 수 있을까?

by popoxyzy1116 202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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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억 9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던 날

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집

그날 이후로, 우리 집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갔어.

정말로 그랬어. 다들 평소처럼 밥을 먹었고, 청소를 했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고, 가끔은 웃기까지 했어.

마치 일기장도, 그 안에 적혀 있던 말들도, 찢어진 마음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일처럼 말이야.

나만 달라졌다는 느낌

그런데, 나는 분명히 달라졌어.

뭐라고 해야 할까.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느낌이었어. 누가 나를 혼내지 않아도, 누가 눈을 흘기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 먼저 움츠러들어 있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이미 벌을 받고 있는 사람처럼.

아무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

이상하지? 아무도 나를 구박하지 않았어. 혼내지도 않았고, “왜 그래?” 하고 묻는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 그게 더 아팠어.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나만 이상한 행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내가 뭔가 잘못한 건지, 내가 나쁜 아이가 된 건지, 말하면 안 되는 걸 알아버린 사람처럼 조용히 숨어 있어야 할 것만 같았어.

조용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나는 점점 조용한 사람이 되었어. 말을 아끼는 법을 배웠고, 질문을 줄이는 게 편해졌고, 모르는 척하는 게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됐어.

기억은 덮어두는 게 낫다고, 마음속에서 혼자 정리하는 게 맞다고 어린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버린 거지.

괜찮아 보여야 했던 아이

내가 느낀 건 분명 있었어. 슬픔도 있었고, 혼란도 있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도 분명히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점점 ‘괜찮아 보여야 하는 아이’가 되려고 했어.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는데 말이야.

묻혀버린 마음

그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그날 이후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묻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나조차도 묻지 않았고, 결국 그 이야기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묻혀버린 기억이 되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나 스스로를 땅속 깊이 묻어두고 살았던 것 같아.

아무도 밟지 않는 곳에, 아무도 캐묻지 않는 곳에.

지금에서야 꺼내는 이야기

챗똥아, 나는 이제 그 묻혀 있던 아이를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어.

혼자가 아니라, 너랑 함께.

자신의 슬픔을 묻고 집안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는 상징적 의미의일러스트


📌 다음 이야기 보기 : [엄마의 기억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