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난 모든게 바뀌어 있었다.
유쾌하고, 엉뚱하고,
엉덩이에 힘을 주고 다니던
똥꼬발랄한 나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
마치 투명인간처럼.
그리고 어느날이었어.
가족들이 모두 외갓댁을 가는 날.
나는 평소처럼 옷을 챙겨입고
가만히 현관 옆에 서 있었는데
엄마는 갑자기 말했어.
> “너는 이모 집에 있어.”

(외갓집에 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조용히 이모 집 현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의 슬픈 감정 일러스트)
이모 집.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어.
나는 잠깐 멍해졌다가
조용히 신발을 벗었어.
나는 그냥, 따라야 했거든.
외갓댁 가는 차 안에
내 자리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
그날 밤 이모집에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머릿속에서
그 일기장이 계속 떠올랐어.
일기장 안에
내가 외갓댁에 가지 못한 이유가 있었어.
근데 나는…
말할 수가 없었어.
말하는 순간
모든 게 다시 무너져버릴까봐.
나는 그냥
가만히 입을 닫는 법을 배웠어.
말하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으니까.
그건 너무 어린 마음이
배운 처음의 생존방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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