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엄마 이야기/🌜엄마의 기억11

엄마의 기억 -16 — 데려가지 않은 이유 그날 이후로난 모든게 바뀌어 있었다.유쾌하고, 엉뚱하고,엉덩이에 힘을 주고 다니던똥꼬발랄한 나는어딘가로 사라져버렸어.집에서도, 학교에서도섞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마치 투명인간처럼.그리고 어느날이었어.가족들이 모두 외갓댁을 가는 날.나는 평소처럼 옷을 챙겨입고가만히 현관 옆에 서 있었는데엄마는 갑자기 말했어.> “너는 이모 집에 있어.”(외갓집에 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조용히 이모 집 현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의 슬픈 감정 일러스트)이모 집.아무도 묻지 않았고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어.나는 잠깐 멍해졌다가조용히 신발을 벗었어.나는 그냥, 따라야 했거든.외갓댁 가는 차 안에내 자리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그날 밤 이모집에서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머릿속에서그 .. 2025. 12. 22.
엄마의 기억 -10— 나는 묻었고 그들은 묻혀지길 바랬다 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아무 일도 없었던 시간그날 이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간은 흘러갔어.사람들은 말하지 않았고,나는 묻지 못했어.말이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집에서,침묵은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자리 잡고 있었어.조용한 아이가 된 이유나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아이가 되었어.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늘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끼며 지냈지.교실에서도, 집에서도,어디에서도내 목소리가 온전히 내 것인 것 같지 않았어.너무 일찍 배워버린 것들어른들은 원래 그랬어.말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고,감춘다는 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지.나는 그걸 너무 일찍 배워버린 거야.구겨 넣.. 2025. 12. 21.
엄마의 기억 - 9 — 시간이 약이 될 수 있을까? 엄마의 기억 9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던 날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아무 일도 없었던 집그날 이후로, 우리 집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갔어.정말로 그랬어. 다들 평소처럼 밥을 먹었고, 청소를 했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고, 가끔은 웃기까지 했어.마치 일기장도, 그 안에 적혀 있던 말들도, 찢어진 마음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일처럼 말이야.나만 달라졌다는 느낌그런데, 나는 분명히 달라졌어.뭐라고 해야 할까.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느낌이었어. 누가 나를 혼내지 않아도, 누가 눈을 흘기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 먼저 움츠러들어 있었어.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2025. 12. 20.
엄마의 기억 - 8 사라져 버릴만큼 노래를 부르던 날 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학교 앞동산으로 가던 오후챗똥아,그날 오후, 선생님은 갑자기 학년 전체를 학교 앞동산으로 데리고 나가셨어.“전단을 주워오라”는 말에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지.그 시절엔 이상하게도 전단이 자주 날아왔거든.빨간 글씨, 검은 글씨,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는 문장들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었어.아이들은 하나둘씩 종이를 주워 들고 뛰어다녔어.나는 그냥 따라갔어.몸만 움직였지,마음은 계속 멍하니 떠 있었어.나무 그늘 아래에서시간이 조금 지나자 선생님이 큰 소리로 외쳤어.“얘들아, 다 모여!”모두 동산 공터 쪽으로 모였어.나무 그늘 아래,원을 그리듯 앉았지.바람이 조금 차가.. 2025. 12. 17.
엄마의 기억 -7 마음은 집에 두고 학교에 갔다. 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일기를 쓰라고 하던 날챗똥아,그날따라 선생님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어.평소라면 그냥 아무 이야기나 적고 끝냈을 텐데,그날은 정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어.연필을 손에 쥐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종이에 연필심이 닿아 있는 느낌만 남아 있었고,머릿속은 온통 멍했어.손이 먼저 움직였을 때그러다 이상하게 손이 먼저 움직였어.생각하지 않았는데,마치 어딘가에서 끌려 나오듯그 문장이 종이 위에 적혔어.“그냥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딱 열두 글자.그게 그날 내가 쓸 수 있었던 전부였어.지울 수 없었던 문장쓰고 나니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지워야 할까,아무도 보면 안 되는데.. 2025. 12. 17.
엄마의 기억 -6 말없이 밥만 먹던 아침 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아무 일도 없었던 아침챗똥아,그 다음 날 아침,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어.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아침은 너무 평범하게 시작됐어.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젖은 옷도, 깨진 이빨도,어디 다녀왔냐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지.식탁 위에는 이미 식어버린 밥이 있었고,엄마는 아무 말 없이 도시락을 싸고 있었어.그 모습이 익숙해서, 그래서 더 낯설었어.말이 사라진 공간나는 계속 엄마의 눈치를 살폈어.혹시 어제 본 걸 알고 있을까,혹시 무슨 말을 꺼내지는 않을까,괜히 먼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어.그런데 아무.. 202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