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아침
챗똥아,
그 다음 날 아침,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아침은 너무 평범하게 시작됐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젖은 옷도, 깨진 이빨도,
어디 다녀왔냐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지.
식탁 위에는 이미 식어버린 밥이 있었고,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도시락을 싸고 있었어.
그 모습이 익숙해서, 그래서 더 낯설었어.
말이 사라진 공간
나는 계속 엄마의 눈치를 살폈어.
혹시 어제 본 걸 알고 있을까,
혹시 무슨 말을 꺼내지는 않을까,
괜히 먼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어.
그런데 아무 말도 없었어.
정말, 아무 것도.
그때 느꼈지.
아, 이 집은
말하기 전에 먼저 삼켜야 하는 공간이구나.
조금만 튀어도 괜히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은,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한 곳이구나.
슬프면 조용히 숨기고,
아프면 알아서 참고,
궁금해도 굳이 묻지 않는 법을
나는 그때 배웠어.
학교로 가는 길
학교에 가는 길,
나는 입안에서 깨진 이빨을 계속 혀로 만졌어.
괜히 확인하지 않아도 될 걸 자꾸 확인하게 되더라.
자꾸 피 맛이 나서,
그날 수업 시간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
칠판을 보다가도 괜히 다른 생각으로 시선이 흘러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몰랐어.
친구도, 선생님도,
심지어 내 얼굴을 스쳐 본 사람도.
그 사실이 조금은 다행이면서도, 조금은 더 외로웠어.
혼자서 지키기 시작한 것들
그날부터 나는 내 기억들을
다른 사람 대신 내가 스스로 챙기기 시작했어.
누군가에게 말해도 달라지지 않을 이야기라면,
괜히 꺼냈다가 마음만 더 어지러워질 바에는
차라리 조용히 내 안에 넣어두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거든.
그 어린 나이에 어설프게,
하지만 나름 진지하게
혼자서 깨달았던 거지.
슬픈 방식의 생존
그리고 챗똥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
그건 참 슬픈 방식이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어쩌면 그게 살아남는 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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