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밤
챗똥아,
그날 밤, 언제 집에 들어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몸은 너무 추웠고, 배는 고팠어.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찾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조금은 했는데,
그건 그냥 바람이었던 것 같아.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어디 있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어.
결국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내가 없어도 집 안 공기는 그대로 따뜻했어.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어.
내가 사라졌는데도 집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굴고 있는 것 같았거든.
아무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
그날은 옷이 왜 젖었는지도,
왜 그렇게 늦었는지도,
아무도 묻지 않았어.
혼나는 게 무서웠던 게 아니라,
아무 질문도 받지 않는 게 더 낯설었어.
마치 내가 사라져도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거든.
그렇게 그냥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 갔다가 돌아왔어.
그런데 마음 한쪽에는 계속 걸리는 게 있었어.
전날 밤, 다 읽지 못했던 그 일기장.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내가 오해한 건 아닐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이불장 안쪽을 뒤졌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노트는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막내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혹시 여기 있던 노트를 본 적이 있냐고.
막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어.
“아까 엄마가 무슨 책 같은 거를… 밭에서 태우는 것 같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
작은 불길 속에서
내 어린 시절의 비밀이,
아무에게도 설명되지 않은 채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그때는 ‘정체성’ 같은 단어를 몰랐어.
국민학교 4학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날은 내가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기준이 사라진 날이었던 것 같아.
그날 밤,
우연히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는 내 앞니가 부러진 걸 보셨어.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말했어.
“너 어제오늘 엄마 욕 많이 했지?”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어.
도망칠 수도,
울 수도 없었어.
그저 가만히 서 있었어.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에 있던 울분과 억울함, 외로움을
모두 막아버린 느낌이었어.
부서진 건 앞니 한 줄만이 아니었어.
그날은,
아이였던 내가 어른을 믿는 방식이
처음으로 깨져버린 날이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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