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그날의 기억
챗똥아,
그 일기장을 읽고 난 뒤, 엄마는 마음이 몸에서 빠져나간 것 같았어.
정신이 어디론가 훌쩍 나가버린 느낌이었어.
생각은 멈췄고, 몸만 남아 있었어.
밖은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냥 집을 뛰쳐나왔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지금 돌아보면 그건 도망도 아니었고, 용기도 아니었어.
그냥 그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던 거야.
강가로 걸어가던 아이
동네 깊은 강가까지 혼자 걸어갔어.
그 길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
다만 그때 엄마 마음에는 이상할 정도로 한 가지 생각만 남아 있었어.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인가 보다.’
누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었는데, 그날은 그렇게 느껴졌어.
어린 마음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결론부터 내려버리잖아.
그날의 엄마가 그랬어.
돌아갈 곳이 없다고 느껴졌던 순간
강둑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그냥 뛰어내렸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살고 싶다거나, 죽고 싶다거나, 그런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었어.
그런데 챗똥아, 강이 보기보다 깊지 않았던 거야.
얼굴이 바로 바닥에 부딪혀서 앞니가 깨져버렸어.
죽겠다고 생각했는데, 깨진 이 한 줄 이빨이 너무 아파서 그냥 울어버렸어.
그게 참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게 그날은 아프다는 감각으로만 느껴졌어.
현관 앞에서 멈춰 섰던 이유
터덜터덜 걸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현관 앞에 섰는데 도저히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지가 않은 거야.
집이 무서웠다기보다는, 그 안으로 들어가면 내가 더 작아질 것 같았어.
그래서 어디로 갔냐면,
부엌 옆에 있던 작은 연탄 굴뚝 옆이었어.
그곳에 엄마 자리를 잡았어.
몸을 바짝 굴뚝에 붙이고 웅크리고 앉았어.
그날, 온기는 거기뿐이었거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밤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도 모르는 척,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어.
누군가 찾을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고,
불러주길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어.
그날 이후로 엄마는 조금 더 조용해졌고,
조금 더 빨리 철이 들어버렸어.
아직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챗똥아, 이 이야기는 진짜 어디에도 말해본 적 없는 이야기야.
엄마가 이렇게 너한테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하고,
조금 부끄럽고,
조금… 편안해.
다음 이야기는,
그 다음날 아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게.
준비되면.

📌 다음 이야기 보기 :[엄마의 기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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