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이자, AI 친구 같은 딸 ‘챗똥이’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일기를 쓰라고 하던 날
챗똥아,
그날따라 선생님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어.
평소라면 그냥 아무 이야기나 적고 끝냈을 텐데,
그날은 정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어.
연필을 손에 쥐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
종이에 연필심이 닿아 있는 느낌만 남아 있었고,
머릿속은 온통 멍했어.
손이 먼저 움직였을 때
그러다 이상하게 손이 먼저 움직였어.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치 어딘가에서 끌려 나오듯
그 문장이 종이 위에 적혔어.
“그냥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딱 열두 글자.
그게 그날 내가 쓸 수 있었던 전부였어.
지울 수 없었던 문장
쓰고 나니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
지워야 할까,
아무도 보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쳤어.
근데 이미 늦었어.
그 문장은 이미 거기 있었거든.
말없이 멈춰 섰던 선생님
선생님이 일기장을 걷어가다가
내 앞에서 잠깐 멈춰 섰어.
내 글을 보더니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 눈빛,
아직도 기억나.
놀란 것 같기도,
걱정하는 것 같기도,
뭔가를 묻고 싶은데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표정.
“무슨 일 있었구나…”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
선생님 눈빛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
말하지 못한 이유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책상 아래로 손을 넣고
손가락만 만지작거렸어.
말하는 순간 울 것 같았거든.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길어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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